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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생물 중 가장 오래된 생명체는 무엇인가

스타퍼플 2025. 5. 14. 07:37

생물의 ‘오래됨’을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

해양 생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라는 표현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개별 생물체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왔는지를 의미하는 ‘개체 수명’ 기준이며, 둘째는 특정 생물 종이 지구상에 등장한 시점, 즉 ‘진화적으로 얼마나 오래되었는가’를 의미합니다. 전자는 단일 생명체가 몇 년 혹은 몇 세기 동안 생존했는지를 말하고, 후자는 그 생물 종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아남아 진화해왔는지를 가리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다루어 해양 생물 중 진정으로 ‘가장 오래된 생명체’가 누구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산 개체, 아이슬란드 조개의 기록

개체 수명 기준으로 해양 생물 중 가장 오래 살았던 생명체로는 북극 해역에 서식하는 '아이슬란드 조개(Arctica islandica)'가 손꼽힙니다. 이 조개는 극도로 느린 대사율과 안정적인 생장 속도를 바탕으로 놀라운 수명을 기록해왔습니다. 2006년 아이슬란드 연안에서 채집된 한 조개는 무려 507세로 측정되어 과학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 조개는 ‘밍(Ming)’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으며, 조개껍데기의 성장 고리 분석을 통해 정확한 나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일 해양 생물 개체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조용하지만 장수하는 해저 해면류

해면동물은 해저 바위에 붙어 고정된 채 살아가는 매우 단순한 구조의 생물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 놀라운 장수 능력이 숨어 있습니다. 남극 주변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일부 해면류는 매우 느리게 성장하며, 수명이 수백 년에 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Anoxycalyx joubini라는 남극 해면은 10년에 단 1센티미터도 자라지 않는 속도로 성장하며, 약 1,500년 이상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해면류는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해양 생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생명체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불멸에 가까운 히드라

히드라(Hydra)는 담수에 사는 경우가 많지만, 해양 환경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촉수류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노화하지 않는 생명체로 잘 알려져 있으며, 줄기세포의 무한한 재생 능력 덕분에 생물학적 불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해양 히드라류 역시 손상된 세포를 지속적으로 교체하며, 일정한 환경이 유지된다면 자연적인 노화로 죽지 않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이들의 생존 방식은 전통적인 수명 개념과는 다르며, 이론적으로는 무한히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외부 환경 변화나 천적에 의해 사망할 수는 있지만, 생물학적 구조 자체는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가장 오래된 생명체, 해양 시아노박테리아

현존하는 생명체 중 가장 오래된 기원을 가진 생물은 박테리아입니다. 특히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는 약 35억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바닷속에서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한 생물로 평가됩니다. 이들은 대기 중 산소를 만들어내어 지구의 환경을 완전히 바꾸었고, 지금의 생명체가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지금도 해양 환경에서 다양한 형태의 시아노박테리아가 존재하며, 플랑크톤의 형태로 바다 생태계의 기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진화적 시간 기준에서 볼 때, 시아노박테리아는 단연코 가장 오래된 생명체입니다.

해양 생물 중 가장 오래된 생명체는 무엇인가

바닷속의 살아 있는 화석, 투구게

투구게(horseshoe crab)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며, 그 기원이 약 4억 5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생물은 수억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도 미국 동부와 아시아 일부 지역의 연안에서 활발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투구게의 독특한 청색 혈액은 면역 반응이 뛰어나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단순한 외형은 겉보기와 달리 오랜 생존 전략의 산물이며, 이들은 지금도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은 진화적 안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가장 오래된 복잡한 다세포 생명체 중 하나입니다.

 

고대 생물의 후손, 브라키오포드와 완족류

브라키오포드(brachiopod)는 완족동물문에 속하는 고세대 해양 생물로, 약 5억 년 전 캄브리아기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생물은 조개와 비슷해 보이지만 내부 해부학적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날에도 일부 종이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 살아남아 있으며, 진화적 관점에서는 고대 생물의 직접적인 후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존 전략은 매우 안정적이며, 변화 없는 환경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종은 대멸종의 파고를 넘고도 살아남은 진정한 ‘진화의 생존자’입니다.

 

상어의 조상, 판피어의 후계자

상어는 약 4억 년 전 데본기에 등장한 생물로, 현재까지도 형태나 생존 전략에서 큰 변화 없이 진화해 왔습니다. 이들은 연골로 된 골격을 가지고 있으며, 빠른 반응 속도와 날카로운 감각을 통해 해양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해 왔습니다. 메갈로돈처럼 대형 상어가 멸종한 이후에도 백상아리, 고래상어 같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현존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선사시대 생물의 유전적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상어는 지질 시대 대부분에서 생존해온 고대 해양 생물의 대표 주자로 평가됩니다.

 

심해에서 유전자가 거의 변하지 않은 생물들

심해에는 진화적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생물들도 존재합니다. 이들은 극히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며, 외부 환경 변화가 적기 때문에 유전적 돌연변이나 자연선택의 압력이 낮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심해 해면류, 해저 거머리, 극심해 갑각류는 수억 년 전부터 형태적으로 거의 변화 없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이들의 유전체는 다른 해양 생물에 비해 매우 안정되어 있으며, ‘진화적으로 보존된 유전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구 초기 생명체의 모습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가장 오래된 생물의 존재가 주는 의미

가장 오래된 해양 생물들은 그 자체로 과학적으로도,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이들은 지구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전략을 보여주며, 인간이 극한 조건에서도 생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유전체는 초기 생명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단서가 되며, 생명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원입니다. 해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고대 생명 박물관이며, 그 안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더 오래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